‘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는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자율성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재정자립도의 정의, 계산 방식, 그리고 한국 내 재정자립도 상위 도시들의 현황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1. 재정자립도의 정확한 의미와 계산 방식
재정자립도란 간단히 말해 지방정부가 스스로 돈을 얼마나 벌어 지자체를 운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서 말하는 ‘스스로 버는 돈’이란,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수입을 의미한다. 반대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교부세나 보조금은 재정자립도 계산에서 ‘외부 지원’으로 간주된다.
재정자립도는 다음의 공식으로 계산된다:
재정자립도 = (지방세 + 세외수입) ÷ 일반회계 세입 총액 × 100
즉, 지방정부가 전체 예산 중 얼마나 자체적으로 조달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자체의 예산이 1조 원이고 그중 4000억 원을 자체 수입으로 조달했다면, 재정자립도는 40%가 된다.
이 지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고 높은 것이 아니라, 예산의 자율성과 구성 비율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어떤 도시가 ‘지속 가능한 재정’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복지, 교육, 인프라 등 다양한 행정 서비스에 있어 중앙의 간섭 없이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2. 왜 재정자립도가 중요한가?
재정자립도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정책 자율성 확보의 핵심이다. 자체 수입이 높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역 맞춤형 행정을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둘째, 위기 대응 능력과도 관련이 깊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경기침체,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중앙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예산으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도시일수록 안정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이 올라간다. 도시 인프라 정비, 청년 정책,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으며, 외부 기업 유치와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쉬운 것은 아니다. 지방세 수입은 결국 지역 내 산업 구조와 인구 수, 경제활동 수준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대도시에 비해 소규모 지방 도시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 비교보다는 맥락을 고려한 해석이 중요하다.
3. 현재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디일까? 매년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하는 지방재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서울특별시’였다. 서울은 막대한 지방세 수입과 다양한 세외수입 기반(부동산, 기업체 등) 덕분에 2024년 기준 약 77%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잇는 도시는 세종특별자치시와 경기도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공공기관 밀집 효과를, 경기도는 산업 기반과 인구 규모의 이점을 활용해 높은 자체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반면, 강원도, 전남, 전북 등 일부 지방 광역시·도는 재정자립도가 30% 이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자치단체로 범위를 좁히면, 성남시, 화성시, 수원시 등이 높은 재정자립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인구가 많고 기업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남시는 분당구를 중심으로 IT와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며 재정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높은 재정자립도 = 좋은 도시’라는 단순 도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아도 주민 복지나 도시 안전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지자체도 많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는 도시 행정의 ‘기초 체력’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과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그 도시의 정책 능력과 행정 안정성까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수치만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해당 지자체의 산업 구조, 인구, 행정 목표 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시민이라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어떤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